명절은 법적 휴일로 인정 안돼… 국민정서와 '괴리'
- 서울고용노동청은 지난달 11일 설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지원활동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임금 체불을 당한 근로자가 고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뉴스1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계약직 정모씨(29·여)는 설날인 31일 출근했다. 연휴 전 일주일을 밤 11시까지 자진해 야근했지만 닥친 프로젝트 준비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 정씨는 "아무도 설에 일하라곤 안 했지만 일이 산더미를 넘어서서 산맥을 이루니 안 나갈 수가 없었다"며 "특근비는 커녕 기본급도 없고, 밥 먹고 영수증 제출하면 식대만 입금해준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노동의 대가마저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이 한숨짓고 있다. 상식과 달리 근로기준법은 설날을 '휴일'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부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서비스직 근로자들은 추가수당은 고사하고 기본급도 받지 못한 채 '무급봉사'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법이 보장하지 않는 '법정공휴일'
설날에 일하면 평일보다 높은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국민정서와 현실이 '괴리'를 갖게 된 이유는 법정공휴일이 법률로 규정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유급휴일에 근로를 제공하면 통상임금의 1.5배 가산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날 일했으니 기본 근로시간 100%에 휴일근로 50% 가산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문제는 설날을 포함한 명절과 광복절, 개천절 등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관공서 공휴일'로 지정돼있을 뿐 법적으로 휴일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상 국민들은 관공서가 쉴 때 따라 쉬고 있을 뿐이다.
관공서를 제외한 일반 기업의 직장인은 주 40시간 근무 후 받는 주휴일(주로 일요일)과 5월1일 '근로자의 날'만 근로기준법상 휴일로 보장받는다. 많은 이들이 관공서의 공휴일을 자연스레 '휴일'로 인식하는 것은 취업규칙이나 노사협약에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한다고 약정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약정휴일'은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되지 않는다.
◇법의 사각지대에서…"명절 휴일은 남의 일"
- 백화점 서비스직 근로자들은 명절에도 가족과 보내지 못하면서 적정한 수당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을 앞둔 9월16일 오전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원들이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차례지내기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뉴스1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파견직,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약정휴일'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2012년 1월 취업포털 알바몬 설문조사 결과 설날에 일하는 대학생의 80% 이상이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법적으로 1주일간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이 아닌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라도 주휴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고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휴일·연장근무시 1.5배의 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요구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취업규칙에서 법정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명시한 기업 근로자들이라고 모두 휴일 수당을 지급받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기업 IT계열 심모씨(32)는 "명절에 근무하면 휴일근무 수당을 주지만 허가된 일에만 지급된다"며 "휴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업무량을 맡겨놓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회사에 나와도 근무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엄연한 근로행위를 '자진 무급 근로'로 취급하려는 사측의 '꼼수'가 자행되고 있는 것.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직원의 휴일 근무에 대해 사업주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직접 근무를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휴일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수당 등 임금이 체불될 경우 지방 노동관서에 익명으로 진정을 제기할 수 있지만 정황상 내부고발자가 드러날 수 있어 재직근로자가 고발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절만큼은 돈 못 벌어도 쉬고 싶다"…법제화는 아직 요원
많은 근로자들은 휴일 수당도 좋지만 1년에 단 두 번인 명절만큼은 마음 놓고 쉴 수 있길 바란다. 대기업 4년차 이모씨(32)는 "설날에 근무하면 수당뿐 아니라 10만원 넘게 특별 위로금이 나온다. 하지만 동생네 부부와 아버지와 한잔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나오라니 돈을 떠나 서럽다"고 말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가 2012년 1월 전국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1.9%가 백화점의 설 연휴 휴점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대다수는 명절 휴일 동안 잠깐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고 대답한 것.
하지만 사용자 측은 휴일 보장에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라 법제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노사정 합의를 거쳐 통과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직원 100인 이상 기업은 약 85%가 관공서 공휴일을 휴일로 지정해 쉬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소규모일수록 쉬지 못하고 있다"며 "명절만큼은 전국민 유급휴일로 의무화하자는 논의가 있어왔지만 영세사업자들에게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20211005521883&outlink=1
휴일에 일하면 150%, 주 40시간, 근로자의 날, 그게 뭐야???
다들 주 60시간 이상씩 일 하면서 사는거 아니였어?
대기업과 관공서는 그런다고? 우리나라 이야기는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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