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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국회, 105일간 법안처리 ‘0’ 챙긴 세비는 ‘110억’(문화일보)

입법 않고 ‘입법활동비’ 1인당 月 313만원 타가… 수당 포함 총 1100만원

 

‘105일간 법안 처리 0건, 같은 기간 국회의원들이 챙긴 세비는 무려 110억여 원.’ 야당의 세월호특별법 관련 합의 파기와 여당의 정치력 부재에 따른 여야 강경 대치가 국정 중단 위기로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드러나고 있는 국회의 현주소이자 민낯이다.

여야 정치권의 대치와 직무유기로 지난 5월 2일 법률안 통과를 마지막으로 14일 현재까지 무려 105일간이나 ‘법안 처리 제로’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포함해 110억여 원에 이르는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의원들은 양측 사이에 이견이 전혀 없는 ‘미쟁점 법안’조차 석달 반 동안 단 한 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비를 포함해 한 사람이 매달 1100여만 원의 돈을 받아 챙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가장 중요한 임무인 입법권을 외면한 채 세비를 챙기는 뻔뻔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회 자료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의 월 평균 세비는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달 지급되는 일반수당 646만 원과 입법활동비, 관리업무수당을 비롯해 이런저런 형태로 지원되는 액수를 포함해 1100여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19대 국회의원들은 4월 임시국회 기간이었던 지난 5월 2일 이후 6월과 7월을 공친 것은 물론, 14일 현재까지 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그동안 의원직 상실 등을 이유로 공석이 생긴 국회의원 숫자를 빼더라도 이렇게 농땡이를 치면서 여야 의원들이 챙긴 돈은 무려 110억여 원에 달한다. 특히 국회의원들은 무려 석달 반 동안 ‘입법 활동’은 전혀 하지도 않았으면서 ‘입법활동비’조로 313만 원씩 타가는 낯 두꺼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처리하지 않고 뭉개는 법안들 중에는 현재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미쟁점 법안’도 적지 않다. 특히 20여 건에 이르는 미쟁점 중요 법안 가운데에는 부도덕한 경영자가 회생절차를 악용해 채무를 탕감받고 경영권을 회복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법사위 통과)과 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범위와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는 ‘도로교통법’(교문위 계류) 등이 있다. 또 신용정보 관리 및 보호인의 권한과 의무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정무위 계류)과 국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경우 한도를 증액해 주는 ‘국세기본법’(기획재정위)도 미쟁점 법안으로 국회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낙제나 다름없는 입법 성과를 내고 있는 국회지만 세비는 꼬박꼬박 받고 있다는 데 부끄러움을 느낀다”면서 “국회와 국가의 발전을 기하기는커녕 밥값도 제대로 못하는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세비를 몽땅 반납하는 게 맞다”고 자괴감을 나타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국회는 법을 만들라고 국민이 혈세를 내놓는 것인데 지금 우리 국회는 스스로 국회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며 “이런 국회의원들은 존재할 필요가 없고,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8140107062328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