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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옥에 마련돼 있는 ‘아크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이 공간은 직원들의 휴식과 회의 등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
매출 80% 직원 급여·복지에 사용
책·실내화까지 회삿돈으로
사원 복지 입소문에 인재들 몰려
TV앱 개발 창업 3년 연 매출 30억
‘공정한 분배’ 실행 어려워질라
기업 투자나 정부 지원도 안 받아
청바지 차림의 그는 어느 교회에서 본 듯한 바른 인상의 청년이었다. “남을 비난하거나 이유 없이 흉을 보면 퇴사시켜요.” 경영자인 그는 ‘뒷담화’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 다니는 사람의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데 말이다. 착한 경영자라서 싸우지 않기를 바란 것일까. 그렇다고 그가 ‘천사’를 반기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지난해 투자회사에서 몇번이나 찾아와서 금액만 부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안받는다고 했죠”라고 했다. 안준희 핸드스튜디오 대표는 벤처기업을 돕는 이른바 ‘엔젤’ 투자가를 거부했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핸드스튜디오’ 사무실을 찾아 안 대표를 만났다. 핸드스튜디오는 결혼지원금 1000만원, 출산지원금 1000만원, 육아휴직 2년 등 좋은 사내 복지제도로 최근 화제를 모은 중소기업이다. 스마트티브이(TV) 등에 들어가는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곳으로, 안 대표가 2010년에 창업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대를 기록했다.
“저도 첫 직장은 금융권 대기업이었어요.” 안 대표의 출발이 특별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의 보수적인 문화가 싫어 3개월만에 사표을 낸 뒤, 그는 2년 9개월 동안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곳이나 기업 문화가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세차례 직장을 옮겼다. “그곳에서 핸드스튜디오 창업 멤버 3명을 만났죠.”
안 대표는 3년 동안 번 5000만원과 친구에게 빌린 5000만원을 합쳐 1억원의 종잣돈으로 친구 4명과 함께 핸드스튜디오를 창업했다. 그는 “창업 아이템을 정해놓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고 웃었다. 대신 그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 좋은 가치관으로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달동안 책상 놓고 궁리하다 보니 앱 아이템이 들어왔다고 했다.
그 뒤론 이들의 노력과 함께 사업은 순풍을 탔다. 건강 관련 앱이 유럽 시장에서 히트를 치고,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티브이에 들어갈 앱을 만들어 티브이 앱 시장에서 팔았다. 현재 이들이 만든 앱은 200개를 넘겼고, 국외 티브이 앱스토어 등에도 팔고 있다. 직원은 창업자 5명에서 42명으로 늘었다.
그의 이야기는 성공에서 멈추지 않는다. 성공은 분배로 넘어간다. “좋은 회사를 만들 때 ‘좋은’의 기준이 뭐냐, 어떤 식으로든 전제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분배의 공정함’을 떠올렸습니다.” 직원들에게 그는 자신도 성과만큼 연봉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창업 초기인 2011년까지 안 대표는 직원들보다 연봉이 적다가 지난해부턴 많아졌다.
공정한 분배는 직원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면서 투자였다. 현재 핸드스튜디오 직원의 연봉은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 수준이라고 안 대표는 소개했다. “결혼지원금 등 다른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면 개인 돈을 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필 등 소모품부터 실내화, 책까지 직원들이 일할 때 필요하다고 하면 전부 회사 비용으로 사줘요. 먹는 거 뿐만 아니라 야근하면 택시비도 주죠.” 직원들이 원하면 신기술 컨퍼런스나 워크샵도 보내준다. 외부 강연도 초청하는 등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김소현 핸드스튜디오 마케팅팀장은 “이런 노력은 채용에서 효과가 가장 큽니다. 좋은 인재를 뽑는 게 중요한데 이런 게 알려지면서, 작은 기업인데도 채용경쟁률이 200대 1까지 올라갔어요”라고 했다. 직원 가운데 96%는 회사에 만족한다는 내부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를 위해 핸드스튜디오가 연봉과 복지, 교육 등 직원에 쓰는 비용은 매출의 70~80%에 육박한다. ‘너무 많지 않나’는 물음에 안 대표는 “보통 기업은 직원들에게 올해 참으면 내년에 보상해주겠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행복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최대한 나누려 했습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을 수백억원 벌려는 게 아니라 행복하려는 사람들이 모였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회사의 자금 지원이나, 정부나 기관의 지원도 받지 않았다.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데 투자자들이 이해를 해주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또 그 돈을 받아 내가 정당하게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도 들었구요.”
‘좋은 기업’을 꿈꾸는 안 대표는 취업과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작정 가지 않기’를 당부했다. “기업의 크기나 연봉 순으로 관심을 갖지만, 가보면 막연한 것에 속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기업 크기 순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자신의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창업도 자신이 타인의 경제생활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괜찮은 아이템만 가지고 지원을 바라는 것은 복권 당첨을 바라는 것이에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독립할 수 있는지 따져본 다음에 해야 합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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