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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사이버 검열'에 '망명'하는 이유, 검사님은 모르시나요?(머니투데이)

검찰, '사이버범죄 무관용' 원칙…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에 '사이버 망명'

 

"검찰의 사이버 검열, 사회적 공익? 권력의 사익을 위해서겠지"
"러시아 정보 당국도 뚫지 못한다는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떠난다"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려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사범'에 대한 엄단 의지를 드러내자 트위터에는 이 같은 글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검찰이 카카오톡을 감시한다'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은 "개인적인 공간의 대화 내용을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의 '사이버범죄 무관용' 원칙…왜?

검찰의 다급한 해명이 나온 건 지난 18일 대검찰청이 법무부와 안전행정부, 경찰청, 인터넷 포털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한 대책회의 이후입니다. 검찰은 이 회의에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곧바로 전담수사팀이 꾸려졌습니다. 서영민 서울중앙지검 첨단수사범죄 1부장을 필두로 검사 5명과 전문수사관으로 구성된 대형 수사팀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있었던 국무회의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이틀만에 일사천리로 수사팀이 발족된 것이죠. 정부와 대통령에 비판적인 글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정부의 검열을 피해 '사이버 망명'을 떠나겠다는 이들도 나타났습니다. 카카오톡을 떠나 보안성이 강한 러시아의 텔레그램이나 미국의 바이버 등 해외 모바일 메신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입니다.

이에 편승해 그동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텔레그램의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애플 앱스토어 무료 인기 앱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릴 정도로 말입니다.

검열 논란이 확산되자 카카오 측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카카오톡은 감시와 검열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화내용은 3~7일간만 저장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없이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공식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검찰 해명…효과는 글쎄?

검찰도 뒤이어 화재진압에 나섰습니다. 카카오톡과 같이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감시하거나 수사할 계획은 없다는 해명입니다. 수사대상은 주요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게시판, 커뮤니티 등에서 발생하는 범죄라고 합니다.

예컨대 △공적 인물이나 연예인 등 공인과 연관된 허위사실을 조작·유포하는 경우 △특정인에 대한 악의적인 신상털기 △특정 기업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기업의 신용도를 떨어뜨리는 경우 △왕따카페를 만들어 청소년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경우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개적인 인터넷 공간에서 익명이나 가명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고소·고발 없이도 인지 수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에도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검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개적인 공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공인에 대한 비판 수위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것인지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요 포털사이트나 '오늘의 유머',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도 포함되는 지 기준이 막연합니다.

검찰도 이를 시인했습니다. 검찰은 "공개적인 공간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며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한 뒤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수사 범위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졸속 발표를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대하는 검찰의 입장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검찰은 국민들의 염려하는 위축효과에 대해 "왜 위축이 되느냐"고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수사기관이 들여다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검찰은 "아무 문제가 없는 글을 쓰면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검찰은 '사이버 망명'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진정 모르는 것일까요? 대다수의 국민이 느끼는 우려를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어떤 수사와 처벌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 김만배·김미애·이태성·김정주·황재하 기자 |입력 : 2014.09.2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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