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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흙공 던져 정화했지만…죽은 물고기 '둥둥'(SBS)

<앵커>

오늘(22일)이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서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우리 주변의 하천들을 보면 꾸준한 정화 활동 덕분에 많이 깨끗해진 것 같죠. 하지만 좀 자세히 뜯어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김아영 기자입니다.

<기자>

구청 행사에 참가한 자원봉사자들이 손에 든 흙덩이를 하천으로 던집니다.

미생물 용액과 쌀겨, 황토로 반죽한 이른바 '흙공'입니다.

양재천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이날 하루 400개의 흙공이 하천으로 던져졌습니다.

[이경율/환경실천연합회 회장 : (하천을) 오염 시키는 질소, 인처럼 부영양화 시키는 물질들을 (흙공 안에 있는) 효모 미생물이 먹이로 먹습니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며 별도 예산을 편성해 흙공을 제작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동두천시의 경우, 한해 평균 2만 5천 개의 흙공을 만들어 시내 2개 하천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벌써 6년 째인데 지금 결과는 어떨까요?

하천을 살펴봤습니다. 흙공을 투하한 지점 주변에서는 각종 생활 하수, 공장 오폐수, 축산폐수가 그대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기껏 정화를 해도 그때 뿐이란 얘기입니다.

[김진홍/중앙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어떤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죠. 하천으로 오염수라든가 오염된 토사가 유입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걸 먼저 걷어 내고 난 다음에 흙공을 던져야 (제대로 된) 수질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제 왼쪽에 있는 물이 유용미생물로 정화를 마친 물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물은 축산 농가에서 흘러나온 폐수인데요.

이 지점에서 물이 합쳐져서 함께 흘러가는 겁니다.

[주민 : 요즘에는 또 시커멓게 (폐수가) 내려오더라고. 밤에만 뿜나 봐, 몰래. 가져다 버리는 건지 뿜는 건지. 요즘에는 (하천 상태가) 별로예요. 이런 게 내려오니까.]

실제로 축산 폐수가 유입되는 지점의 BOD 수치를 살펴봤더니 정화 활동을 시작한 시점보다 최근 오히려 더 올랐습니다.

하천을 따라가 봤습니다.

어디선가 흘러나온 오폐수에 하천 안에서도, 밖에서도 죽은 물고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죽은 물고기 옆에 그나마 숨이 붙어 있는 물고기도 물 밖으로 몸을 내민 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동두천시 공무원 : 하수처리장으로 다 넣으면 되는데 용량이 제한이 있으니까 못 넣고 있는 거죠. (시설 확장은) 국비사업이라서 (어렵고). 이게 최선인 거죠. 가장 저렴하게 (처리하는).]

하천 수질을 정화하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하수처리 시설과 폐수 배출 단속 강화 등 꾸준하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정성훈)

 

SBS http://w3.sbs.co.kr/news/newsEndPage.do?news_id=N1002306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