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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마구간 나오면 불법 승마장?…황당한 규제들(SBS)

<앵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을 목소리 높여서 외쳐 왔지만 한 번도 성공했다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정부 규제 부담 순위는 해마다 추락해서 아예 규제 국가라는 낙인이 찍혀있습니다. 새 정부 들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한 어조로 규제 개혁을 외쳤죠. 지난 1년의 성적표 보실까요. 380건이 늘어났습니다. 규제의 족쇄를 달고는 저성장의 늪에서 결코 탈출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가 규제개혁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황당하고 낡은 규제들을 김현우 기자가 모아봤습니다.

<기자>

국내에 몇 명 남지 않은 마상 무예 전문가 고성규 씨가 운영하는 승마장입니다.

우리 고유의 기마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10년 전 개인 재산을 털어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청이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승마장은 건축법상 운동시설이어서 농지에 들어설 수 없단 겁니다.

이곳에는 모두 23마리의 말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행 규제대로라면 이 말들은 이 마구간 안에서만 지내야 합니다.

왜냐면 바깥의 훈련장은 농지인데 현행법상 이 농지에는 승마장이 들어설 수 없기 때문에 말들이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불법이기 때문입니다.

4년 전 정부는 승마 저변 확대를 위해서 올해까지 농촌에 승마시설 310개를 새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발표 따로 규제 따로인 겁니다.

[고성규/고구려 기마문화 보존회장 : 대한민국에서 계속 이렇게 못하게 한다면 차라리 이웃 나라로 가서 나의 꿈을 펼치는 게 차라리 낫다고 봐야죠.]

더 황당한 규제도 있습니다.

음식을 싸먹는 쌈용 무를 만드는 과정에서 무의 40% 정도가 버려집니다.

그냥 먹을 수 있는 깨끗한 무인데도 축산 사료로도 쓸 수가 없습니다.

공장에서 배출됐다는 이유로 모두 땅에 묻어야 하는 산업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무의 양은 6톤, 처리비용만 1년에 3억 원이 듭니다.

일본은 식품 폐기물의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규제를 완화해 사료나 비료로 재가공하고 있습니다.

[문영철/무 가공업체 부사장 : 진짜 밭에 퇴비로 쓸 수 있도록 보관을 해서 할 수도 있는데 법에 걸리니까 공장에서 못하는 거죠.]

낡은 규제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대한뉴스/1969년 9월 : 고속도로 전용 버스가 운영됩니다. 천 리 길을 이 버스를 타고 여행도 할 수 있게 됩니다.]

1977년 제정된 법에 따라 고속버스는 여전히 최고급 교통수단으로 분류돼 요금에 부가가치세가 붙습니다.

사치품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TV와 냉장고에 여전히 붙습니다.

[문병순/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우리나라 같은 경우 규제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규제가 애매하기 때문에 경제 활력의 저해가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죠.]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잉 규제는 곳곳에 뿌리 깊이 파고들어 이제는 충격 요법이 아니면 풀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습니다.

(영상취재 : 주 범, 영상편집 : 이승희, VJ : 유경하)

 

김현우 기자

SBS http://w3.sbs.co.kr/news/newsEndPage.do?news_id=N1002304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