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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

미국에서 신용카드 쓰면 물건값 비싸진다(경향신문)

ㆍ미 카드사 가맹점, 고객에 1~2% 추가 부담금 부과 합의
ㆍ국내 카드사가 내는 0.04% 수수료도 소비자 부과 추진

미국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현금으로 살 때보다 가격이 더 비싸지게 된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미국 ‘빅3’ 카드사는 신용카드 결제 고객에게 추가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20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0여년간 끌어온 가맹점과의 법적 다툼 끝에 빅3 카드사는 가맹점이 신용카드 고객에게 추가 부담금을 물리는 방안을 허용하는 중재안에 합의했다”며 “법원 승인이 나면 곧바로 시행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비자카드 등은 자사의 결제망을 제공하는 대신 사용 수수료를 카드사로부터 징수한다. 예컨대 미국 씨티은행이 비자카드를 발급하면, 이를 사용한 결제금액의 0.04%에 해당하는 수수료와 결제망 사용료를 씨티은행에서 받는다. 결제망 사용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1~2%가량으로 추정한다. 즉 미국에서 100만원을 비자카드로 결제하면 은행 등 카드 발급사가 1만400~2만400원을 비자카드에 지급하는 것이다.

이번 중재안은 가맹점이 이 수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비자에게 직접 부과해 물건 가격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비자 등으로 결제하려는 고객은 더 비싼 물건값을 내야 한다. 국제브랜드사 관계자는 22일 “카드 수수료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데 반대했지만, 최근 중재안 합의에 따라 가맹점별 추가 수수료 징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가게별로 카드 사용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추가 가격을 매길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고객 추가 부담금은 현금결제 시 가격할인을 해주는 미국 주유소 결제방식과 유사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다만 미국 내 일부 대형 가맹점이 “카드 고객이 많은데 이들의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현지 법원의 최종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금융위원회도 국내 카드사가 비자 등에 내는 0.04%의 수수료만큼 국제 카드 추가 사용료를 소비자에게 직접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비자·마스터·아멕스카드의 국내 및 미국 수수료가 결제금액에 비례해 높아지게 됐다.

미국 수수료 체계 개편이 국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일부 카드 가맹점도 현금으로 결제하면 암암리에 물건값을 할인해주고 있다”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물건값에 반영하자는 논의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결제 고객을 우대하면 탈세 가능성이 커진다”며 “미국과 달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카드 가맹점이 수수료를 고객에게 전가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홍재원·오창민 기자 jwhong@kyunghyang.com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222105195&code=9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