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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샘

<르포> 노상에 차를 버릴 수 있는 자유, 자율주행차

르노그룹 자율주행시험차 내부

프랑스 르노그룹 "2016년께 자율주행차 상용화할 것"

(파리=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 직장인 A씨는 업무상 중요한 점심 약속을 위해 차를 몰고 나섰다. 차는 자율주행 모드로 돌려놓고 화상회의를 마친 뒤 시간을 보니 남은 시간은 단 10분. 약소 장소를 지척에 두고 광화문 사거리는 여지없이 막힌다. A씨는 차를 길에 두고 가기로 결심하고서 말했다.

"가까운 공용 주차장에 주차하고, 이따 오후 2시까지 파이낸스센터 앞으로 데리러 와."

스스로 운전하고, 주차하고, 부르면 달려오는 차. 길이 막히면 도착 시간을 확인해서 알려주고 가까운 지하철역 등 대안도 제시하는 차. 운전자가 졸면 깨워주는 차. 지금은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기앙쿠르(Guyancourt)에 위치한 르노그룹 테크노센터 방문은 자율주행차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엿볼 기회였다.

르노그룹은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동시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가 자체 서버를 갖춘 중앙센터를 마련해 운전자에게 도로 상황과 대안 등도 알려주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연구 중이다. 차와 스마트폰을 중앙센터(클라우드)가 연결해주는 식이다.

해당 서버와 연결된 차들끼리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프레드릭 마티스(Fredric Mathis) 르노그룹 자율주행차 개발담당 총괄은 "4세대(4G) 통신기술에 특수모뎀을 더해 인터넷 접근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르노그룹은 현재 프랑스 국영 이동통신통신회사인 오랑주(Orange)와 정보망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미국 비스티온 등 협력업체도 자율주행차 기술·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다.

자율주행차가 선사하는 '자유'에는 한계가 없다. 차량이 스스로 운전하거나 주차하는 동안 운전자는 내부 화면으로 화상통화 또는 회의 등을 할 수 있다. 달리다가 옆 차선의 버스에서 백화점 세일 광고가 눈에 띄면 차가 세일 기간과 품목 등도 알아봐 준다.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는 르노 테크노센터가 보유한 자율주행 시험차 4대 가운데 전기차 ZOE의 운전석 옆자리에 타고 인근 2차선 도로 1.5㎞를 15분간 주행했다.

르노그룹 자율주행시험차 ZOE

시험차는 차량 앞뒤와 실내를 주시하는 카메라 3대와 전방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레이더 시스템을 갖췄다.

시동을 켜자 같은 서버에 연결된 시험차의 운전자가 화면에 나타나 잡담을 주고받았다. 운전을 시작하면 주변의 지형지물이 3D로 표시된다. 시속 약 30㎞로 가다가 직선도로에 진입하자 중앙센터가 화면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A(Auto) 버튼을 누르면 자율주행이 시작된다. 운전자가 두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려 차가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옆 차선에서 차가 끼어들자 속도를 줄였고, 급정거를 하면 같이 멈췄다가 출발했다.

전방 2㎞ 내 사고가 나면 경보음으로 이를 알리고 화면에 사고 지점을 표시한다.

운전자가 화면에 깔린 유튜브 앱에 접속해 동영상을 틀었고, 뒷좌석 탑승자들도 블루투스로 연결된 태블릿PC로 같은 영상을 감상했다.

졸음운전을 하면 실내용 카메라가 동공을 관찰해 이를 인식하고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주거나 내부 온도를 시원하게 낮춰 잠을 깨운다.

직선 구간이 끝나 중앙센터가 자율주행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는데 운전대를 잡지 않고 내버려두자 사고 예방을 위해 차가 자동으로 정지하기도 했다.

시험차 2대를 제외하면 한적한 도로에서 시종 시속 30㎞ 정도의 저속으로 달렸기 때문에 자율주행 체험이 썩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정식 시험장에서는 시속 70㎞ 달리며 회전 구간 등도 자율주행할 수 있다고 르노 측은 설명했다.

단 아직 회전 교차로와 급커브 등은 사람이 직접 운전해야 한다.

마티스 개발담당 총괄은 구글과의 차이점에 대해 "르노는 국영 통신사 등과 협력하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2016년께 자율주행차 기술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르노그룹은 향후 3개월 내 파리 인근에서 실제 도로주행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eugenie@yna.co.kr
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6797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