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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샘

자동이체된 돈 5일간 실종 왜?


타행 거래땐 1영업일 시차
설 연휴 끼어 5일이나 걸려

“용돈 좀 제 날짜에 보내줘.”

맞벌이 부부인 정은주(37)씨는 지난달 24일 남편에게 항의를 받았다. 매달 24일은 정씨가 남편에게 용돈을 주는 날이다. 달마다 꼬박꼬박 돈을 보내기 번거로워 몇달전 은행에 매달 24일로 자동이체를 신청했다. 정씨는 인터넷 뱅킹으로 자신의 계좌를 살펴봤다. 돈은 빠져나가고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흘 전인 20일에 출금이 됐다.

“잘 확인해 봐.”

이번에는 정씨의 차례였다. 남편도 자신의 계좌를 조회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입금된 돈이 없었다. 정씨 부부는 서로 다른 은행계좌를 사용한다. 20일 정씨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나흘이 지나도록 남편의 통장에 입금되지 않았다. 사라진 돈은 어디로 간 걸까.

돈은 다음날인 25일 입금됐다. 출금 뒤 이체까지 무려 5일이 걸렸다. 토요일과 일요일, 설연휴 기간이 모두 지난 뒤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씨처럼 자동이체 때의 출금일과 이체일이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일한 결제시스템을 쓰는 같은 은행끼리의 거래를 빼면, 자동이체는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시차가 발생한다. 금융결제원의 납부자자동이체 이용방법에도 “출금일과 이체일 사이에 1영업일(금융기관 기준)의 차이가 발생하는 서비스”라고 돼 있다.

정씨의 사례에서처럼 타행 자동이체를 지정한 날이 설연휴와 맞아 떨어지게 되면, 이체일 직전 영업일은 연휴와 토요일을 뺀 20일이다. 이 때문에 돈은 직전 영업일인 20일에 빠져 다음 영업일인 25일에 입금되는 것이다.

이처럼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금융결제원의 정산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타행 거래를 할 때는 고객 개인별 입출금액을 하나씩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은행별로 보낼 돈 총액과, 받을 돈 총액을 계산해 그 차액 만큼만 거래를 한다. 은행끼리 개인별 금액을 하나씩 보내고 받고 한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진규 금융결제원 전자지로팀장은 “자동이체가 편리하지만 (최종) 정산에는 시일이 걸린다”며 “급히 돈을 보내거나, 상대방이 급히 돈을 써야 할 경우에는 자동이체보다는 계좌이체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계레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172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