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환경] 가상수와 물발자국
소고기·초콜릿 맛볼 때 ‘보이지 않는 물’이 소비돼요 커피 한 잔에 ‘사용되는’ 물은 얼마나 될까? 식도로 넘어가는, 눈에 보이는 200㎖ 남짓한 물이 전부가 아니다. 해수면 아래의 빙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다. 전세계의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수자원 이용을 목표로 활동하는 ‘물발자국 네트워크’가 계산한 것을 보면,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물의 총량은 130ℓ가 넘는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평균 7g가량의 커피 원두 생산·가공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소비된 물과 오염된 물을 모두 합치면 그렇다는 얘기다. 커피에 설탕을 넣어 먹는다면, 물 사용량은 3g짜리 각설탕 하나에 5ℓ꼴로 늘어난다. 모든 생명이 의존하는 지구 전체의 물의 양은 달라지지 않는다. 대기 중의 수증기, 하천과 호수에 있는 지표수, 극지방에 있는 얼음과 눈, 지하수, 동식물 생체 속의 수분, 바닷물 등으로 형태와 위치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순환할 뿐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사람들이 먹고 생산 활동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인구 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으로 물 소비와 오염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사용된 만큼 물 순환 과정을 통해 보충되는 속도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0g 초콜릿 하나 사먹을 때가정 욕조 3개 채울 물 860ℓ 쓰여
물 부족 고통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생물들은 생존의 위협 내몰려
육류와 가공식품 덜 먹는 게
가난한 이웃과 생명에 대한 배려
물 부족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가 전체든 지역적 차원에서든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어느 곳에서든 물이 부족할 때 가장 먼저 고통받는 사람들은 언제나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다. 물은 또 인간과 다른 동식물이 나눠 써야 하는 자원이어서 물 부족은 인간을 넘어선 생태계 전반의 문제다. 인간이 물 부족으로 불편을 느낄 정도면, 인간과의 관계에서 약자인 다른 생물들은 이미 생존의 위협에 내몰린 상황일 수 있다. 인간이 강물을 너무 퍼내 쓰는 바람에 강의 흐름이 끊기거나 오염도가 치솟아 생태계가 교란되고 물고기들이 살 수 없게 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기금과 같은 국제기구와 환경단체, 지속가능발전 전문가 등이 인도적이고 생태적인 차원에서 지구촌 물 부족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온 이유다. ‘가상수’(Virtual Water)와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은 이런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다.
물발자국 네트워크가 1996~2005년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미국 소비자 한 사람의 연평균 물발자국은 2842㎥로 중국 소비자 한 사람의 연평균 물발자국(1071㎥)의 세 배에 가까웠다. 물발자국이 탄소발자국과 마찬가지로 생활수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 1인당 연평균 물발자국의 약 20%는 외국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물발자국은 중국의 양쯔강에 찍히고 있다. 한국인 1인당 연평균 물발자국은 1629㎥로, 전체의 78%는 곡물, 육류 등의 농산물에 함유된 가상수 수입을 통해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물발자국 네트워크의 분석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6287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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